2011/11/23 21:24
[review]
오오오오!! 역시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작품은 날 기쁘게 한다. 꽉 짜여진 갑갑한 현실이 전부인 것처럼 살다가 이렇게 기발한 상상력으로 창조한 새로운 세계를 보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기이하고 독특하면서 찜찜한 느낌을 남기는 세계는 꽤 많이 보았지만, 이처럼 따뜻하고 유쾌하기까지 한 세계는 별로 보지 못했다.
나는 서유요원전이나 제괴지이 같이 진지한 옛날 기담보다는 새로운 발상과 위트가 넘치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조류도감, 어류도감, 그리고 이 두 단편집 쪽이 더 좋다. 열렬히 좋아해 마지않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는 내 소장 만화책을 처분해야만 한다면 아마도 제일 마지막으로 버릴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최근작이라는 사실에 또 감탄하고 만다 - 50대에도 이렇게 사고가 창의적이고 유연하고 유머러스할 수 있다니, 20대의 작품보다 50대의 작품이 더 훌륭할 수 있다니!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온 걸까.
최근 단편이 더 많은 <진귀한 이야기>에 비해 7-80년대 단편이 대부분인 <기묘한 이야기>는 엉성하고 싱겁기는 하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에 담긴 '사람을 먹은 이야기'는 특별히 유쾌한 발상 전환이라서 놓치기 아쉽다. <진귀한 이야기>에서는 '도도차원 세계 이야기', '총무과 고양이', '인터넷 요괴 천국 일본'이 좋았다. '도도차원 세계 이야기'는 형식 자체만으로 재미있는 작품이고 '총무과 고양이'는 작품 외적인 현실과 맞물려서 더 여운을 남긴다. 일본 귀신에 대한 지식이 미리 있었더라면 '인터넷 요괴 천국 일본'의 탁월한 비유를 더 손쉽게 즐겼을 텐데 아쉽다.
이런 만화를 볼 때마다 불쑥 불쑥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지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과 두뇌 용량을 감안해 참기로 한다.
나는 서유요원전이나 제괴지이 같이 진지한 옛날 기담보다는 새로운 발상과 위트가 넘치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조류도감, 어류도감, 그리고 이 두 단편집 쪽이 더 좋다. 열렬히 좋아해 마지않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는 내 소장 만화책을 처분해야만 한다면 아마도 제일 마지막으로 버릴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최근작이라는 사실에 또 감탄하고 만다 - 50대에도 이렇게 사고가 창의적이고 유연하고 유머러스할 수 있다니, 20대의 작품보다 50대의 작품이 더 훌륭할 수 있다니!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온 걸까.
최근 단편이 더 많은 <진귀한 이야기>에 비해 7-80년대 단편이 대부분인 <기묘한 이야기>는 엉성하고 싱겁기는 하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에 담긴 '사람을 먹은 이야기'는 특별히 유쾌한 발상 전환이라서 놓치기 아쉽다. <진귀한 이야기>에서는 '도도차원 세계 이야기', '총무과 고양이', '인터넷 요괴 천국 일본'이 좋았다. '도도차원 세계 이야기'는 형식 자체만으로 재미있는 작품이고 '총무과 고양이'는 작품 외적인 현실과 맞물려서 더 여운을 남긴다. 일본 귀신에 대한 지식이 미리 있었더라면 '인터넷 요괴 천국 일본'의 탁월한 비유를 더 손쉽게 즐겼을 텐데 아쉽다.
이런 만화를 볼 때마다 불쑥 불쑥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지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과 두뇌 용량을 감안해 참기로 한다.
2011/11/16 21:03
[essay]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항상 의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읽었다. 이 이야기가 전달하는 핵심이 무엇이고 주제가 무엇인지를 궁금해 했고 다양한 형상을 깎고 또 깎아낸 뒤 남는 뼈대를 찾으려고 했다. 나를 매료시키는 것은 숨겨진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의미였지 드러난 아름다운 구체성이 아니었다.
이제 와 그런 독서 습관이 낳은 문제를 깨닫는다. 글을 읽을 때 마음속의 귀로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데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적절한 소리의 어휘, 쉼표의 자리, 문장의 길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좀 더 길이감이 있는 문장을 쓰고 싶은데, 물론 너저분하게 길게 쓸 수야 있겠지만 긴 문장을 한 단위로 듣지 못하니 문장을 제대로 다룬다는 느낌이 없다.
그래도 아마 할 수 있다. 노력으로 변화할 폭이 더 컸던 어렸을 때는 할 수 없다고 믿은 일이 무척 많았지만 이제 뭐든지 열심히 하면 ‘웬만큼’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으레 나오는 부정적 충고는 흘려 들으면 그만이고, 하고 싶다면 두려워 말고 시도해서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에서 즐기면 된다.
2011/11/09 00:18
[review]
얄롬의 저서 중에서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그리고 이 책 '쇼펜하우어, 집단심리치료'가 가장 좋았다. 그 중에서 다시 고르자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일 것 같지만, 절판 상태라서 다시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번에 여유가 났을 때 대신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집단상담과 쇼펜하우어의 삶 두 이야기가 번갈아 나란히 진행되는 구조의 소설이다. 플롯보다는 집단상담장면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강점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마음을 강력하게 흔드는 핵심에는 바로 '필립'이란 인물이 있다.
필립은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 물론 필립은 뛰어난 지성과 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모든 이야기 속에 넘쳐나므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는 비사회적이고 무정해 보이지만 악의가 없고 알아채기 어렵게 비틀려 있긴 하나 인간적이다. 결국 차가워 보이나 따뜻한 속내를 가진 흔하디 흔한 캐릭터라서 매료된 것인가? 이런 캐릭터는 꽤나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고 나 역시 각별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궁금해 하곤 한다, 하지만 필립에게는 그 이상이 있다.
아마도 소외, 철저한 고립. 그의 사유는 소외된 사람들이 흔히 발달시키는 염세주의와 닮았다. 관계에 냉소적이고 타인으로부터 독립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것은 익숙한 방어기제이다. 필립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한 때에 빠지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필립과 연결점이 만들어지고 그의 이야기에 울림이 생긴다. 르 귄의 ' 파리의 4월' 에서 '고독'이 주문이었듯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의 주제도 여기에 맞닿아 있고 소설적으로 더 군더더기 없이 우아하게 쓰여져 있다. 고독하게 독자적인 길을 걷는 삶의 장점도 그 작품에서 더 확실히 드러난다. 얄롬처럼 늘 성공하고 인정받은 사람이 어째서 이런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되었을까 좀 궁금하다.
집단상담과 쇼펜하우어의 삶 두 이야기가 번갈아 나란히 진행되는 구조의 소설이다. 플롯보다는 집단상담장면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강점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마음을 강력하게 흔드는 핵심에는 바로 '필립'이란 인물이 있다.
필립은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 물론 필립은 뛰어난 지성과 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모든 이야기 속에 넘쳐나므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는 비사회적이고 무정해 보이지만 악의가 없고 알아채기 어렵게 비틀려 있긴 하나 인간적이다. 결국 차가워 보이나 따뜻한 속내를 가진 흔하디 흔한 캐릭터라서 매료된 것인가? 이런 캐릭터는 꽤나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고 나 역시 각별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궁금해 하곤 한다, 하지만 필립에게는 그 이상이 있다.
아마도 소외, 철저한 고립. 그의 사유는 소외된 사람들이 흔히 발달시키는 염세주의와 닮았다. 관계에 냉소적이고 타인으로부터 독립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것은 익숙한 방어기제이다. 필립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한 때에 빠지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필립과 연결점이 만들어지고 그의 이야기에 울림이 생긴다. 르 귄의 ' 파리의 4월' 에서 '고독'이 주문이었듯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의 주제도 여기에 맞닿아 있고 소설적으로 더 군더더기 없이 우아하게 쓰여져 있다. 고독하게 독자적인 길을 걷는 삶의 장점도 그 작품에서 더 확실히 드러난다. 얄롬처럼 늘 성공하고 인정받은 사람이 어째서 이런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되었을까 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