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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00:18
얄롬의 저서 중에서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그리고 이 책 '쇼펜하우어, 집단심리치료'가 가장 좋았다. 그 중에서 다시 고르자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일 것 같지만, 절판 상태라서 다시 읽어보지는 못했다. 이번에 여유가 났을 때 대신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집단상담과 쇼펜하우어의 삶 두 이야기가 번갈아 나란히 진행되는 구조의 소설이다. 플롯보다는 집단상담장면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 강점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마음을 강력하게 흔드는 핵심에는 바로 '필립'이란 인물이 있다.

필립은 왜 이렇게 매력적일까? 물론 필립은 뛰어난 지성과 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모든 이야기 속에 넘쳐나므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는 비사회적이고 무정해 보이지만 악의가 없고 알아채기 어렵게 비틀려 있긴 하나 인간적이다. 결국 차가워 보이나 따뜻한 속내를 가진 흔하디 흔한 캐릭터라서 매료된 것인가? 이런 캐릭터는 꽤나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고 나 역시 각별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궁금해 하곤 한다, 하지만 필립에게는 그 이상이 있다.

아마도 소외, 철저한 고립. 그의 사유는 소외된 사람들이 흔히 발달시키는 염세주의와 닮았다. 관계에 냉소적이고 타인으로부터 독립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홀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것은 익숙한 방어기제이다. 필립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한 때에 빠지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필립과 연결점이 만들어지고 그의 이야기에 울림이 생긴다. 르 귄의 ' 파리의 4월' 에서 '고독'이 주문이었듯이.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의 주제도 여기에 맞닿아 있고 소설적으로 더 군더더기 없이 우아하게 쓰여져 있다. 고독하게 독자적인 길을 걷는 삶의 장점도 그 작품에서 더 확실히 드러난다. 얄롬처럼 늘 성공하고 인정받은 사람이 어째서 이런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되었을까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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