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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23:43

여행준비는 매우매우 게으르고 느슨하게 했다. 지금은 그게 쓰라리지만 그 당시에는 마음이 버석버석 말라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항공권은 12월 23일에 whypaymore를 통해 예약했다. 그 전에 인터파크, whypaymore 같은 사이트에 구할 수 있는 항공권이 없어서 모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비싸게 예약을 했다가 그제서야 표가 풀려 나오길래 취소하고 다시 예약한 것이다. 11월부터 인터파크를 들락거렸는데 그 때와 가격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다음에는 조기예약을 해서 더 저렴하게 다녀오고 싶다.

1. 어디를 갈까?
EBC 쿰부-히말,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중 어디를 갈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3주 이상 여행을 가는 기회가 한동안 다시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짧은 여행으로 갈 수 없는 코스를 후보로 골랐다. 압도될만한 풍경을 보고 싶어서 EBC 쪽 고쿄리에 가고 싶었지만, 비행기로 루클라까지 가야 하고  모든 물가가 더 비싸다고 해서 안나푸르나 어라운드를 택했다. 론리에 1-2월 눈으로 thorung la가 막힐 수 있다고 하여 걱정되었으나 네이버 히말라야트레킹 카페에서 비슷한 시기에 다녀온 후기를 보고 최종결정했다.
다녀온 뒤 느낌은? EBC 갔으면 살아돌아왔을지 모르겠다. 아니, 어딜 가나 사람 죽지는 않게끔 코스가 짜여 있지만 thorung la 넘으면서 괴로웠던 것과 나중에 예기된 고독을 피해 탈출(?)한 것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대로 ABC+푼힐 전망대 코스로 갔더라면 더 편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고생한 것이 제일 기억에 남긴 한다. 그리고 묵티나트-좀솜 구간은 잊을 수 없이 아름다워서 놓치지 않은 게 다행스럽다.

2. 누구랑 갈까?
처음에는 친언니와 갈 작정으로 준비를 했다. 언니가 갈 수 없게 된 뒤 친한 언니, 친구, 동생을 살짝 찔러보았으나 일정이 딱 맞지 않길래 냉큼 혼자서 나한테만 최적화된 맞춤 여행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는... 글쎄다. 이어지는 여행기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가 될텐데, 혼자 가면 그야말로 여행다운 여행을 한다는 장점이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인간들을 많이 만나고 내키는 대로 정처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 반면에 네팔 주요 여행객들이 대부분 영어권 코커시안이고, 트레킹 일과가 오후 3시면 끝나고 카트만두는 오후 6시면 전기가 끊길 때가 많아 너무나 고독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치안이 훌륭하지만 여자 혼자 여행을 다니면 위험하다고 간주되듯이 그곳도 비슷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머리를 맞댈 사람이 없다는 것도 힘든 점이다.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여행 경험이 적다면 취향 잘 맞는 동행이 한 명 있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네팔에서 며칠은 다시는 혼자서 무모하게 여행을 떠나지 않겠다고 후회했지만, 나중에는 혼자라서 즐겁기도 했으며 돌아와 생각해보니 혼자였기 때문에 얻은 것도 많았다.

3. 준비물 챙기기
아래와 같이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챙기는 준비물 목록을 써놓은 뒤 내가 챙긴 것 내지는 가서 대여를 결정한 것에 줄을 쳤다. 줄이 안 쳐진 것은 가져가지 않은 것이다. 준비물 목록은 minle 님의 포스팅에 잘 정리되어 있어서 참고했다.

챙길 것: 배낭, 배낭 커버, 사이드백, 작은 배낭, 콤프레션 색, 침낭(현지 대여), 트레킹화, 플리스 자켓, 바람막이 자켓, 등산 바지, 등산 셔츠, 일반 바지, 일반 셔츠, 양말, 파카, 내복, 속옷, 등산스틱, 등산모자, 등산장갑, 스패츠, 귀마개 모자(현지구입), 선글라스, 물통(nalgene), 헤드랜턴,타월(현지구입), 가벼운 운동화, 슬리퍼, 다용도 칼, 라이터, 시계, 주머니, hand sanitizer, 수첩과 필기도구, , 생리대, 화장지(두루마리, 물티슈)카메라, 세면도구, SPF 있는 립밤, 선크림, 계산기, 비상식량, 비상약

침낭은 별로 두꺼운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더럽긴 하지만 이불을 달라고 해서 덮고 잘 수 있다. 내가 빌린 침낭은 엄청 타이트하게 접어야만 커버로 쌀 수 있어서 나중엔 힘들어서 꺼내지 않았다.
트레킹화는 오래 다닐 거면 발목까지 오는 중등산화가 좋다고 해서 우리 나라 산악인들이 좋아하는 캠프라인 뉴애니스톰을 장만했다. 디자인 예뻐서 평소에도 가볍게 신고다닐 만한 트레킹화가 많은데 왜 하필 이거냐고 언니에게 한소리 들어가며 산 건데, 무리하게 많이 걷는 일정이 아니라서 굳이 중등산화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정상 즈음에서 발이 시렵지 않다는 건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람막이 점퍼는 이미 갖고 있거나 산에 가기 위해 일순위로 장만할 것이다. 바람막이 점퍼만 있다면 플리스 내피용 점퍼를 사는 것이 좋다. 내피용 구스다운 점퍼와 플리스 점퍼, 아예 내피 사지 않는 것을 두고 고민했는데 플리스 점퍼가 아주 요긴했다. 낮은 고도에서 걸을 때는 긴팔 등산용 티셔츠나 반팔 티셔츠+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티셔츠 위에 늘 플리스 점퍼를 입었다. 정상 무렵에는 플리스 점퍼 위에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다녔다. 나는 이태원의 컬럼비아 할인매장에서 플리스 점퍼를 구입했는데, 네팔의 등산장비 렌탈 샵에서도 싸게 파니까 네팔에 가서 장만해도 괜찮다. 파카의 경우 집에서 입던 덕다운 파카를 가져갔는데, 밤에 추워서 껴입은 적 몇 번 빼면 입을 일이 없었다. 
등산바지 네 벌에 등산티셔츠 긴팔 세 개 반팔 한 개를 챙겼다. 대신에 일반 의류는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원래 각각 세 벌 정도(가을 겨울용 하나+여름용 둘) 들고 가려고 했다가 등산복 매장에 갔더니 겨울 산행을 위한 두툼한 의류가 많아서 고민 끝에 따뜻한 바지와 셔츠를 하나씩 샀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장 분위기와 직원의 조언 때문에 플리스가 들어간 두꺼운 등산복이 필요한데 난 너무 얇은 것만 들고 가는 건가 걱정했는데 가보니 아니올시다였다. 어차피 걸으면 더우니까 등산복은 봄가을용이 최고인 것 같다. 롯지에 있을 때 추운 게 걱정이라면 굳이 등산복을 사지 말고 평소 겨울에 입고 다니던 따뜻한 기모 티셔츠 따위를 하나 들고 가면 된다. 건기지만 빨래 잘 안 마르니까 속옷은 넉넉히 갖고 가시길.
등산스틱은 등산화 사은품으로 받은 것을 챙겼다가, 공항에서 박스포장 돈내고 하라길래 어머니 편으로 돌려보냈다. 네팔 렌탈샵에서 하나 빌려서 갔는데 그닥 있어서 편하다고 못 느꼈다. 없어도 편하거나 있어도 힘들거나 둘 중 하나더라. 눈이 별로 없어서 스패츠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챙 넓은 등산 모자는 고도가 낮을 때 필수이고 등산장갑은 고도가 높을 때 필수이다. 등산장갑이 얇은 것이라서 thorung la 넘을 때 죽을 맛이었다. 장갑 속에서 주먹쥐고 가는데도 손이 얼더라. 귀마개 털모자는 현지에서 사려고 가져가지 않았는데 현지가 훨씬 싸고 디자인도 다양하다. 나는 도착한 다음날 장만한 터라 바가지 써서 샀지만. 머리가 따뜻해야 고산병 증세도 덜하니까 카트만두에서건 마낭쯤 올라가서건 꼭 사자. 올라갈수록 햇빛이 강렬해서 눈이 피로하니 선글라스도 챙겨야 한다. 유명한 날진 물통은 들고 가면 좋은 것 같다. 자연환경을 위해 미네랄 워터를 되도록 사먹지 말라고 하므로, 끓인 물을 사서 날진 물통에 담아 마시거나 중간중간 안전한 물을 파는 지정된 곳에서 물을 사서 담으면 된다. 원래 끓인 물을 날진 물통에 담아서 밤에 안고 자면 좋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냥 물 다 마실 때마다 물을 샀더니 밤에 따뜻한 물통 안고 자보지 못했다. 헤드랜턴은 절대절대 필요하니 잊지 말도록. 가끔 방에 있는 전등이 켜지면 '우와~ 웬일이니'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스포츠 타월은 매우 유용한데, 우리나라에서 사가자. 안챙겨가서 그곳에서 사고 보니 made in korea였다.
비상식량
으로 18개의 초코바(마트에서 3개 천원인 핫브레이크, 가나초코바 따위)와 미니 초코바 한 봉지, 소시지, 닥터유 에너지바 몇 개, 자일리톨 검을 들고 갔는데 좋았다. 처음에 공포에 떨며 방에 있을 때도 끼니 대신 먹었고, 산을 걸을 때 식사 사이에 지치고 배고플 때 간식으로 먹었고, 가이드분이나 가족 분과도 나누었으니 유용했다. 다만 다른 트레커가 주는 스니커즈를 먹으니 서글퍼지더라. 가격차이가 나긴 해도 우리 나라 초코바에 비하자면 스니커즈의 맛이 월등해서 말이다. 내 초코바의 허연 캐러멜에 비해 스니커즈의 반투명 캐러멜은 왜 이렇게 맛있으며 땅콩은 왜 이리 듬뿍 들어 있고 초콜렛은 왜 더 진한 맛일까. 참고로 카트만두에서 스니커즈는 65루피(1달러는 대략 70-72루피)이고 트레킹 코스에서는 90루피 정도 했다. 나는 비상약으로 지사제 정도 챙겼는데(평소 먹는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 C 외) 다이아목스도 꼭 챙기길 바란다. 나는 천천히 무리없이 가면 고산병 따위는 없을 줄 알고 다이아목스도 챙겨가지 않았다가 가이드 분께 얻어 먹었다.   

4. 가이드, 포터 고용
나는 준비단계에서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준비단계에서 가이드,포터를 알아보거나 결정하고 가실테니 여기에서 적는다. 카트만두에 도착해 여러 에이전시를 전전하다가 결국 네팔짱을 통해 포터 겸 가이드를 고용했는데, 여행기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가이드와 숙소 문제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어떤 숙소는 굉장히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수기에 갔기 때문에 원래 가이드이신 분이 내 큰 배낭도 들어 주시면서 하루 10달러를 받으셨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어렵고 워낙 나와 맞지 않는 분이라서 계약된 15일 중 3일을 남기고 내가 먼저 떠났고, 팁을 하루 100루피 주었기 때문에 대략 하루 14달러 정도 지불한 셈이다.
아예 하루 20달러 정도를 지불해 의사소통 잘되고 친절한 가이드와 다니면서 네팔인, 네팔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든지(이런 가이드는 포터 역할을 하지 않으므로 포터도 따로 고용해야 한다), 아니면 8-10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포터만 고용해서 따로 다닌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어떤 분들은 10달러에 가이드겸 포터를 고용해서 정말 좋았다 하시니 복불복이다. 산에 익숙하고 고산병 증세를 거의 겪지 않으며 일행이 있고(일행이 없다면 실족해 실종될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 웬만큼 네팔어를 할 줄 안다면(어려운 조건이 많다!) 포터와 가이드 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일정 변경이 자유로운 것도 좋고, 론리에 나온 식사가 맛있다는 롯지만 골라 다닐 수 있다! 

5. 일정 짜기
안짰다.-_-; 론리 네팔 편과 히말라야 트레킹 편, 인터넷 검색 자료 출력물을 비행기 안에서 읽으면서 일정을 짜자고 생각했다. 대강 17일 트레킹 하고 나머지를 카투만두 근교에서 보내자고 계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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